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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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01


                니 피할 길 없어/가래를 내려꽂고 합장하고 섰더라/다리[橋]
                를 지나서 언덕 위로 걸어갈 제/비로소 온몸이 진흙 물투성이
                임을 깨달았네”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차마 달 밝은 쪽으
                로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도다”하노라.
                  두 노숙(老宿)의 송에는 다만 천 자[尺]되는 쓸쓸한 솔만 있
                구나.다시 죽죽 가지를 뻗은 돌 죽순[石笋]같은 천동의 송을

                보라.


               송고
               늙은 스승이 자손 걱정이 지나쳐서

               -노파심이 지나치게 간절하군!
               지금껏 가문만 일으킨 일을 부끄러워하노라.
               -30년 동안 염장[鹽醋]은 끊이지 않았었다.*         1 7)

               남산에서 새[茆]벤단 말,꼭 기억할지니
               -귀한 사람은 잊음이 많은데
               뼈에 새기고 살에 새겨,은혜에 보답하소서.

               -원한의 마음은 버리지 못하리.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 한 게송은 마치 한문(韓文)의  모영전(毛潁傳)과 같아서
                이와 사[理事]가 쌍으로 드러났고,진과 속[眞俗]이 겸하여 들
                추어내졌다.

            *남악 회양선사가 말하기를 “마조 도일이 강서지방에서 설법을 하면서도 소식 한
              번 전하지 않는구나”하고는 중 하나를 마조에게 보내면서 “그가 상당하기를 기
              다렸다가 나서서 ‘어떻습니까?’라고만 묻고 그가 무슨 말을 하거든 기억해 가지
              고 오라”고 당부하였다.그 중이 분부대로 가서 물으니 마조가 대답하기를 “아무
              렇게나 살아온 지 30년 동안 한번도 염장이 끊긴 적은 없었노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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