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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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05
이르러서 선상을 세 바퀴 돌고는 석장을 들어 한 번 구르고 우
뚝 섰으니,조계의 탈인자에게서 배워 온 것같이 했다.이는 삼
매왕삼매(三昧王三昧)라 하는 것으로서 모든 삼매가 여기에서
나온 것이기에 장경이 “옳다,옳다”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
니 “무슨 잘못이 있으리오?”하노라.
승묵 광(勝黙光)화상이 이르되 “옳다 해도 옳을 것이 없고,
그르다 해도 참으로 그름이 없나니,옳음과 그름이 주체가 없
어서 만 가지 선이 한 곳으로 돌아간다.올빼미와 닭은 밤과
낮을 따라 공연히 갈라지거니와 나는 세 치 짜리 혀가 없도다.
자라를 거북이라 부른다면 가섭(迦葉)이 긍정치 않겠지만 그렇
다면 마음대로 눈썹을 찡그려 보라”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
노니 “근심이 많으면 빨리 늙는다”하노라.
마곡은 제방에 다니면서 감정해 주기를 바랐으니,일찍이 충
국사(忠國師)에게 가서 선상을 세 바퀴 돌고는 석장을 굴러 세
우자,국사께서 이르되 “이미 그 정도 되었다면 무엇 때문에
나[貧道]를 보고자 하는가?”하였다.마곡이 다시 석장을 구르
니,국사께서 이르되 “이 여우 혼신[野狐精]아,나가거라!”하였
다.
이렇게 주인과 손이 만나는 모습을 살피건대 비춤[照]도 있
고 용(用)도 있으며,머리도 있고 꼬리도 있건만 실은 익힌 습
기를 잊지 못해서 습관처럼 나쁜 버릇이 발동하고 말았다.
다시 남전에게 이르러 선상을 세 바퀴 돌고는 석장을 떨치
고 전과 같이 자리에 섰는데 남전이 도리어 “틀렸다,틀렸다”
하였으니,마치 진작부터 장경과 더불어 입을 맞추어 온 것[厮
計會來]과도 같게 되었다.
대위 철(大潙喆)이 이르되 “장경이 옳다고 하였으나 마곡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