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97
종용록 上 97
적을 속인 장수[李廣]는 멀리 생각함이 없다.
-오랑캐의 뜰에 깊숙이 들어왔다.
쏘면 반드시 맞나니
-습관이 쌓여 익숙해졌군.
다시 누구를 속이랴.
-창자까지 움켜잡았군.
뒤통수[腦後]에서 뺨[腮]을 보거니 사람들이 범접키 어렵고
-일찍이 여러 번 뱀에 물렸다.
눈썹 밑에 눈이 붙었으니 그는 편리하겠구나.
-거짓으로 때리는 줄 모르는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예로부터의 성현들은 어디로 가셨습니까?”하니 마치 마주
보면서 크게 어긋난 것 같으나 덕산이 이르기를 “무엇?무엇?”
하였으니,덕산은 풀 단[影草]속에 몸을 숨기고서 요안경(曜眼
鏡)*을 드러낸 격이다.
16)
옛날에 일곱 현녀(賢女)가 시다림(屍多林)을 지나다가 한 여
자가 이르되 “시체는 여기에 있는데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하니 한 여자가 “무엇?무엇?”하매,여자들이 서로 돌아보면서
모두가 도를 깨달아 하늘이 감동하여 꽃을 뿌려 공양하는 상서
를 얻었다는데 덕산이 이 한 토막의 기연을 써서 길을 빌려 지
나간 것이나 결코 그렇게 알지는 말아야 한다.그러기에 이르
기를 “거기엔 돌 불과 번갯빛으로도 더디다”하였다.
덕산인들 어찌 시자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을 몰랐
*진시황이 가지고서 궁녀들의 사정(邪正)을 시험(試驗)하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