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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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99
제 15칙
앙산이 가래를 꽂다[仰山挿鍬]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말하기 전에 먼저 아는 것을 묵론(黙論)이라 하고,밝히지 않
아도 스스로 드러나는 것을 암기(暗機)라 한다.산문[三門]앞에
서 합장하면 양쪽 복도[兩廊]밑에서 경행[行道]하는 것은 그런
대로 의미가 있거니와 안마당[中庭]에서 춤을 추는데 뒷문 밖
에서 곤댓짓을 하는 것이야 또 어찌하리오?
본칙 드노라.
위산(潙山)이 앙산(仰山)에게 묻되 “어디서 오는가?”하니,
-온 곳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앙산이 대답하되 “밭에서 옵니다”하였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풀숲에 빠졌었느냐[落草]?
위산이 다시 묻되 “밭에는 몇 사람이나 있던가?”하니,
-다만 아비와 아들 둘뿐입니다.
앙산이 가래를 땅에 꽂고 합장하고 섰다.
-놓아버림이 너무 위태롭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