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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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속에 빠졌고,남전이 틀렸다고 했으나 역시 마곡의 함정
에 떨어졌다.대위는 그러지 않으리니 갑자기 어떤 사람이 석
장을 가지고 와서 선상을 세 번 돌고 우뚝 섰거든 그에게 이르
기를 ‘여기에 이르기 전에 벌써 30방망이를 주었어야 했을 것
이다’고만 해줄 것이다”하였으나,만송은 이르노니 “입으로만
인사(人事)를 행할 것이 아니라 문득 때려 주었어야 할 것이다”
하노라.
마곡이 이르되 “장경은 옳다고 했는데 화상은 어찌하여 틀렸
다 하십니까?”하였으니,그렇게 의심하는 것도 무방하겠으나
남전이 이르되 “장경은 옳으나 너는 옳지 못하다”했으니,상
황을 보아 동작하였고,벼랑에 임해서 사람을 밀었다 하리라.
원통 선(圓通善)국사가 이르되 “마곡은 옳고 남전은 틀렸다”
하니,이 말은 다음의 이야기와 같다.마치 등봉(鄧峰)영암주
(永庵主)가 심기(審奇)라는 승에게 묻기를 “그대가 오랜 동안
보이지 않았으니 무엇을 했던가?”하니,심기가 대답하되 “요
즘 위장주(偉藏主)를 만났는데 퍽 안락한 바가 있었습니다”하
였다.영암주가 이르되 “시험삼아 나에게 이야기해 보라”하니,
심기가 자기의 얻은 바를 진술했다.이에 영암주가 이르되 “그
대는 옳았지만 위장주는 틀렸다”하니,심기가 헤아리지 못하
고 돌아가서 위장주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는데,위장주가 크
게 웃으면서 이르되 “그대는 틀리고 영암주는 틀리지 않았다”
하였다.
심기가 달려가서 적취(積翠)의 남선사(南禪師)에게 물으니,남
선사도 크게 웃었다.영암주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다음과 같
이 읊었다.“밝음과 어둠이 뒤섞인/죽이고 살리는 기개여!/큰
사람의 경계런가/보현이나 알리로다/같은 가지에 태어났으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