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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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09
우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피건대 형이라 하기도 어렵고
아우라 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동한(東漢)때의 진원방(陳元方)의 아들 장문(長文)은 진군(陳
群)이라 불렸는데 계방(季方)의 아들 효광(孝光)과 더불어 제각
기 그 아버지의 공을 자랑하다가 다툼을 결단치 못하여 태구
(太丘)에게 가서 판단을 구했으니,태구의 이름은 진식(陳寔)으
로서 원방과 계방의 아버지였다.
이때 태구가 대답하되 “원방은 형이라기 어렵고 계방은 아우
라기 어렵다”하였으니,이는 장경은 왼쪽 눈이 반 근이요,남
전은 오른쪽 눈이 여덟 냥이라는 말이 된다.
“금 석장을 한번 떨칠 땐 매우 도도하다”한 것은 영가(永嘉)
의 증도경(證道經:증도가)에도 이르되 “형상만 표현키 위해
헛되이 가진 것이 아니라,여래의 보배로운 지팡이 자취를 친
히 따르려는 것이다”한 것과 같다.설두(雪竇)가 이르되 “옛사
람의 시책이 격조가 높아 열두 문이니,문마다 길이 있어 공연
히 소슬하다”하였고, 석장경(錫杖經) 에 이르되 “열두 고리가
있는 것은 12인연을 염(念)해서 12문의 선을 닦기 위함이다”하
였으니 12인연은 알기 쉽거니와 12문의 선이란 4선(四禪)․4무
량(四無量)․4무색정(四無色定)을 이름이니,옛 시책이 격조가
높다는 것이 곧 “매우 도도하다[太孤標]”에 해당한다.
육조께서도 이르시되 “대저 사문은 반드시 3천 위의(威儀)와
8만 세행(細行)을 갖추어야 하거늘 대덕은 어디서 왔기에 큰
아만을 내는가?”하였는데 천동이 이른 뜻은 겉모양을 표방키
위한 것도 아니요,또한 아만도 아니어서 승상을 세 바퀴 돈
것은 그저 공연한 장난이 되었다는 것이다.
장경은 옳다 하고 남전은 옳지 못하다 하여 총림이 온통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