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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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07


                같은 가지에 죽지는 않으니/암자 안의 노장[老古錐]을/웃다가
                쓰러지게 하도다”각범(覺範)이 이르되 “그 말의 자취를 보건대
                그 당시의 법희(法喜)를 누리는 유희의 초탈한 운취를 상상해
                볼 수 있도다”하였으나,만송은 이르노니 “마곡과 장경과 남
                전의 흥(興)도 또한 얕지 않으니 만일 ‘이는 바람의 힘으로 움
                직여진 것이라 마침내는 무너질 것이다’한 말을 들었다면 더욱

                좋은 웃음거리가 될 거이다”하노라.
                  그 왕노사(王老師)는 건곤을 꽉 틀어쥘 뿐 아니라 겸하여 몸
                을 빼내는 길도 있으니,보녕 용(保寧勇)화상이 송하되 “얼굴빛
                과 규모는 흡사 참된 듯하나/사람들 앞에서는 월광(越光:광
                채)을 염롱(拈弄)함이 새롭다 할지라도/불에 넣어 다시 한 번
                단련함에 이르러선/마침내 가짜 은으로 돌아갔다”하였으니,
                마곡이 여기에 이르러서는 와해빙소(瓦解氷消)를 면치 못했도
                다.만일 얼음 강에서 불꽃이 일고,무쇠 나무에 꽃이 피기를

                요한다면 모름지기 천동이 따로 한 말씀 한 뜻을 알아야 할 것
                이다.


               송고

               옳다기도 하고 옳지 않다기도 함이여,
               -허리 잘록한 북은 양쪽으로 치는 법이니
               함정[棬樻]을 잘 살펴야 할 것이요,

               -가시가 그 속에 들어 있도다!
               억누르는 듯 추켜세우는 듯함이여,
               -손으로 털고 손으로 누른다.

               형이라 하기도,아우라 하기도 모두 어렵다.
               -머리를 높이기도 하고 머리를 낮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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