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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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 줌[縱]이여,그가 이미 때에 임했는데
-손을 뒤치면 구름이 일고
억누름[奪]이여,낸들 어찌 유별나리오?
-손을 엎치면 비가 내린다.
금 석장을 한번 떨칠 땐 매우 당당[孤標]하더니,
-티끌을 벗어나고 세속을 여의었다.
선상을 세 바퀴 도는 것은 부질없는 장난일세.
-걸음을 걷는데 팔이 흔들린다.
총림에 요란스레 시비가 생기니
-난쟁이가 굿 구경을 하도다!
공상하면 해골바가지[髑髏]에서 귀신을 본다.
-집에 백택(白澤)의 그림자 있으니 반드시 그러한 요괴는 없을 터인데.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 공안(公案)은 완전히 옳으냐 그르냐에 있는데 요즘 사람
들은 모두가 말하되 “마곡이 장경과 남전의 조롱을 받았다”하
거니와 오직 대위 철만은 이르되 “장경이 옳다고 했으나 마곡
의 함정에 빠졌고,남전이 옳지 못하다 했으나 역시 마곡의 함
정에 빠졌다”하였으니,마치 금강보배가 햇살에 놓였을 때 광
채가 일정치 않은 것과 같다.
천동이 이르되 “함정[棬樻]을 잘 살펴야 한다”하였으니,마
곡이 함정에 빠졌는가,남전이 함정에 빠졌는가?억누르는 것
같기도 하고 추켜세우는 것 같기도 하여 형이라 하기도 어렵고
아우라 하기도 어렵다.
천동의 말을 언뜻 보건대 억누르는 것 같기도 하고,추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