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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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쇠 산이 앞에 놓였구나!
               수산주가 이르되 “저는 이것뿐이거니와 화상께서는 또 어찌하
            시겠습니까?”하였다.

               -코를 비틀어 주지!
               법안이 대답하되 “털끝만치 어긋나면 천지보다 멀리 어긋나느
            니라”하매,

               -딴 것이 있으리라 여겼는데
               수산주가 문득 절을 하였다.
               -잘못을 잘못에 보태는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수산주는 법안과 함께 지장(地藏)에게 참문하고 아울러 곁으
                로도 참문하여 깎고 다듬는 힘을 깊이 얻었으니 이 공안은 현
                칙(玄則)감원을 구박을 주어서 깨닫게 한 다음의 예와 같다.
                  금릉(金陵)보은사(報恩寺)현칙(玄則)선사에게 법안이 묻되
                “그대는 일찍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왔더냐?”하니,보은(현칙)
                이 대답하되 “청봉(靑峰)화상을 뵈었습니다”하였다.법안이 다
                시 묻되 “어떤 말씀이 계셨더냐?”하니,보은이 대답하되 “제가

                일찍이 ‘어떤 것이 학인(學人)의 자기(自己)입니까?’하였더니,
                청봉이 이르기를 ‘병정(丙丁)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구나!’하셨
                습니다”하였다.
                  법안이 다시 묻되 “그대는 어떻게 이해하였는가?”하니,보
                은이 대답하되 “병정은 불에 속하는 방위인데 거기서 불을 구
                하러 왔다니,마치 자기를 가지고 자기를 구하는 꼴이란 뜻입

                니다”하였다.이에 법안이 이르되 “그렇게 알아서야 어찌 될
                수 있겠느냐?”하니,보은이 다시 묻되 “저는 이것뿐이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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