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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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13


                화상의 높으신 뜻은 어떠십니까?”하였다.법안이 이르되 “그
                대가 나에게 물으라.내가 그대에게 대답하리라”하니,보은이
                묻되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이옵니까?”하였다.법안이 이르
                되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구나!”하니 보은이 그 말씀에
                활짝 깨달았다.
                  법안은 갈고리와 송곳을 손에 들고서 ‘버리면 도장 문채가

                머무르고[去則印住],놔두면 도장 문채가 깨진다[住則印破]’는
                수단으로 현칙 감원의 망정의 관문을 쳐부수고,수산주의 망식
                의 자물쇠를 활짝 열어 주었다.3조의 신심명(信心銘)에 이르되
                “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다.오직 고르고 가리는 일만을 꺼릴
                뿐이니,미움과 사랑을 여의기만 하면 환하게 명백해지리라.
                털끝만치의 천지보다 멀리 어긋난다”하였는데 법안이 이 도리
                를 가지고 수산주에게 물을 때 문을 두드리는 기와쪽을 삼았던
                것이다.

                  요즘 이 도리를 천 명에게 물으면 천 명 모두가 한결같이 이
                치를 따져 알려고 하거나 아니면 한결같이 일없는 세계[無事
                界]속으로 빠져드는데,그는 분별에 떨어지지 않고 그저 이르
                기를 “털끝만치 어긋나면 천지보다 멀리 어긋난다”하였으니
                대단히도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법안은 허락지 않고 이르기를 “그렇게 한들 또 어찌
                되겠는가?”하였으니,이것이 법안 가풍의 근원이다.만송은 여

                기에 이르러 항상 학인들에게 “두 토막으로 나누어 보라”하였
                노니 앞 토막에서는 수산주가 그렇게 말했을 때,어째서 허락
                지 않다가 끝 토막에서는 법안이 무엇 때문에 또 그렇게 말했
                을까?
                  그 중간에서 수산주가 이르되 “저는 이것뿐이거니와 화상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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