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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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또 어떠하십니까?”하였으니 참신(斬新)한 세월을 희망하
면서도 별다른 거취를 취한 격이다.이때 그(법안)는 한 올만치
도 어기지 않고 전과 같이,그저 이르기를 “털끝만치 어긋나면
천지보다 멀리 어긋난다” 하였다.동선 제(東禪齊)가 이르되
“수산주가 그렇게 대답했을 때엔 어째서 긍정치 않다가 다시
물음에 이르러서 법안도 역시 그렇게만 이르고 말았으니,일러
보라.수수께끼가 어디에 있는고?만일 꿰뚫어볼 줄 안다면 그
상좌(上座)는 근거[來由]가 있다고 이르노라”하였거니와,만송
은 이르노니 “그렇게 한들 또 어찌 되겠는가?”하노라.그러기
에 이르되 “그저 전부터 다니던 길인데 만나는 사람마다 아리
송한 말만 하더라”하였다.
마지막에 수산주가 문득 절을 했으니,되기는 되었으나 무례
함[情理]이야 용납키 어렵다.오조 계(五祖戒)가 법안을 대신하
여 이르되 “등줄기를 후려갈길 것이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
노니 “과연(果然)이로구나!”하노라.
어떤 책에는 법안이 말하되 “수산주는 끝냈도다!”하였다는
데,만송은 이르노니,“소꿉장난을 하는 첨지들아!둘 다 틀렸
다”하노라.만송은 법안이 “그렇게 한들 어찌 될 수 있겠느
냐?”하는 것을 보았을 때 곧 그에게 “화상에게는 그런 솜씨
[機要]가 있으시다고 들은 지 오래되었습니다”하거나 아니면
손을 털고 얼른 떠나서 한꺼번에 시비를 멈추고 제자리를 잡도
록 해주었을 것이다.그래도 그(법안)가 믿어 주지 않는 것이
있다면 천동에게 물어보라 하노라.
송고
저울대에 파리가 앉으면 곧 기우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