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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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였다. 능엄경(楞嚴經)에 이르시되 “스스로가 머무르는 삼마
                지에는 견(見)과 견의 반연[見緣]과 그리고 생각하는 바의 모습
                이 허공의 꽃과 같아서 원래 있는 바가 없나니,이 견과 견의
                반연은 원래가 보리의 묘하고 깨끗하고 밝은 본체이거늘 어찌
                그 가운데에 견이라[是]견이 아니라[非]함이 있을 수 있으
                랴?”하였으니,바야흐로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서는 굳이 가리

                는 일을 싫어하거나 미움과 사랑을 여의지 않더라도 털끝 만한
                차이도 애당초 없거늘 어찌 천지만치 먼 차이가 있겠는가?
                  ‘근․양․치․수’라 함은 여덟 수가 한 치요,세 치가 한 양
                이요,열여섯 양이 한 근이니,저울과 저울대를 손에 든 사람인
                지라 그대가 한 근을 가지고 와도 나는 단번에 옮겨서 평평하
                게 하고,한 양을 가지고 와도 단번에 옮겨서 평평하게 하나니,
                조금만치 한 치,한 수만 늘거나 주는 듯하면 벌써 기울어진다.
                제방에서 이르기를 “저울추의 뜻을 바로 알아서 정반성(定盤

                星)을 잘못 알지 마라”하거니와 정반성에는 본래 근과 양이
                없다.이는 마치 북진(北辰)이 제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서 저울추를 더하거나 덜하는 것은 그때의 형편에 따를 뿐이
                다.만송은 이르노니 “마음이 있어 평평하게 하는 것은 마음
                없이 평평치 못한 것만 못하다”하노라.그러므로 눈금 없는
                저울대 위에서 사람들이 마음대로 사고 팔아야 하고,골패상
                [雙陸盤]위에서 골패쪽의 색깔에 따라 이익을 보아야 한다 하

                노라.
                  알겠는가?법안이 이르되 “수산주가 끝냈도다”하였으니,저
                울추를 움직여서 저울대 끝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밀어 떨어뜨
                려 곤두박질을 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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