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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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조주가 이르되 “그가 알면서도 짐짓 범했느니라”하였다.
-아직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라.그대에게 한 말이 아니니라.
또 어떤 승이 묻되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하니,
-한 어미에서 난 자식이군.
조주가 이르되 “없느니라”하였다.
-역시 다름이 없는 대답이군.
승이 다시 묻되 “일체 중생이 모두가 불성이 있는데 어찌하여
개에는 없습니까?”하니,
-멍청한 개가 새매를 쫓는다.
조주가 이르되 “그가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이니라”하였다.
-위와 같이 죄상을 갖추었으니,법조항에 의거하여 판결을 내려 주소서.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만일 개에게 분명히 불성이 있다고 할 양이면 나중에는 없
다 하였고,분명히 없다고 할 양이면 전에는 또 있다고 하였다.
만일 있다거나 없다거나 한 것이 일시적으로 근기에 응해서 마
지못해 말해진 것이라 한다면 각각 도리가 있다.그러기에 전
하는 말에,눈 밝은 납자에게는 고정된 격식[窠臼]이 없다고 한
다.
그 승이 물은 곳에서 견문(見聞)을 넓혀야 되리니,본분(本分)
에 구애되지 않는 조주가 있다고 말한 것은 독으로써 독을 제
거하고 병으로써 병을 고치려는 것인데,그 승이 또 이르되
“이미 불성이 있다면 어찌하여 그런 가죽주머니에 들어갔습니
까?”하였으나 자기의 생명이 이미 개 뱃속에 들어가 버린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