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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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19


                을 알지 못했다.
                  조주가 이르되 “그가 알면서도 짐짓 범했기 때문이다”하였
                으니,한 몽둥이로 두 적을 감당한 격이다.쾌속한 인편(人便)
                을 만나기 어렵거늘 그 승은 제법 원인에 의거하여 결과를 따
                지려 했지만 그렇게 이해해서야 좌주(座主:강사의 우두머리,
                문자승)의 하인 노릇도 못 할 것이다.

                  나중에 어떤 승이 다시 물었을 때 문득 “없다”고 하였는데
                깨달은 사람의 경지에서는 있다고 해도 몸을 솟을 길이 있고,
                없다고 해도 몸을 솟을 길이 있다.그러나 그 승은 문장에 의
                거하고 격식에 근거해서 이르되 ‘모든 중생은 모두가 불성이
                있거늘 어찌하여 개에게는 없습니까?’하였으니,그러한 한바
                탕의 도전에 관하여 감히 이르노니 하늘[天關]을 뒤엎는 솜씨
                인지라 그로 하여금 몸을 돌릴 길이 없게 되어 간곡하게 이르
                되 “고놈이 업식이 있기 때문이니라”하게 되었다 할 수 있거

                니와,그대들 다시 일러 보라.그 승의 피부 밑에도 피가 흐른
                다고 여기는가?천동이 어쩔 수 없어,시뻘겋게 성난 종기 위
                에다 다시 쑥뜸을 한 방 놓은 것이다.


               송고

               개에게 불성이 있다고도 하고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도 하니,
               -두드리니 한 덩어리[團]요,주무르면 한 뭉치[塊]로다.
               곧은 낚시는 원래 죽으려는 고기만을 찾는가?

               -그 승이 오늘은 꼭 죽게 되었군.
               바람을 좇고,향기를 찾는 운수(雲水)의 나그네여,
               -콧구멍을 꿰었어도 모르는 축들이겠지.

               와글와글 시끌시끌 해석[分疎]을 붙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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