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121

종용록 上 121


                  귀종(歸宗)이 어떤 수재(秀才:선비)에게 묻되 “어떤 경사(經
                史)를 전공하였는가?”하니,수재가 대답하되 “24가(家)의 서체
                (書體:필법)를 이해합니다”하였다.이때 귀종이 허공에다 한
                점을 찍고서 묻되 “알겠는가?”하니,수재가 대답하되 “모르겠
                습니다”하매,귀종이 말하되 “24가의 서체를 안다면서 영(永)
                자 8법의 첫 점도 모르는구나”하였다.

                  자사(刺史)이발(李渤)이 묻되 “3승(乘)12분교는 묻지 않겠습
                니다마는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하니,
                귀종이 주먹을 세워 보이면서 이르되 “알겠는가?”하매,자사
                가 이르되 “모르겠습니다”하니,귀종이 이르되 “이 멍텅구리
                선비가 주먹도 모르는구나!”한 것과 같다.
                  만송은 이르노니 “곤두박질하는 사자를 여러분은 보았을 것
                이나 개에게 불성이 있는가,없는가 했을 뿐 아니라 그저 알면
                서도 짐짓 범했다 하고,또 업식의 성품이 있기 때문이라 하였

                으니,몹시도 앞과 뒤를 두리번거렸고 처음과 나중을 철저히
                지켰다”하노라.

                   사기(史記)에 의하면 조혜왕(趙惠王)이 초(楚)의 변화(卞和)
                에게서 구슬[璧]을 얻었는데 진소왕(秦昭王)이 15성(城)과 바꾸
                자고 하였다.이때 조의 재상 인상여(藺相如)가 구슬을 받들고
                들어가니 진왕이 기뻐하면서 미인들과 좌우에게 보여주니 좌
                우가 보고 모두 만세(萬歲)를 불렀다.인상여가 이 광경을 보자

                진왕이 성을 떼어줄 의향이 없음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 사뢰되
                “구슬에 티가 있으니 보여주소서”하니,진왕은 상여에게 구슬
                을 건네주었다.
                  상여는 구슬을 받자 기둥에 기대서서 머리칼이 솟아 관을
                치솟듯 분한 모습으로 말하되 “신의 제왕께서 닷새를 재계하시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