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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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뼈를 앞다퉈 핥고,젖은 뼈의 냄새에 흘려 짖는다.
평지에다 활짝 펴놓았고
-속일 길이 없으니 따져 묻지 말 것이오.
크게 가게를 열었으니
-재질이 높으면 말투가 당당하다.
촌로가 처음을 삼가지 못했다고 탓하지 마라.
-한마디가 입에서 나오면 날랜 말로도 뒤쫓지 못한다.
옥에 티 있다고 속여서 도로 빼앗아가니
-백주에 날강도.
진왕(秦王)이 인상여(藺相如)를 알지 못했다.
-마주 보면서 지나쳐 버렸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개에게 불성이 있는가,개에게 불성이 없는가?두 토막은 같
지 않거늘 한꺼번에 드러내 보였으니,마치 설두(雪竇)가 이르
되 “하나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둘에는 두 가닥이 없다”한
것과 꼭 같은데 천동이 조주와 만나려고 이렇게 송한 것이다.
응천 진(應天眞)이 이르되 “곧은 낚시는 사나운 용[獰龍]을
낚고 굽은 낚시는 청개구리[蝦䗫]를 낚는다”하였는데 나중에
바람을 쫓고 향기를 따르는 무리가 마치 사냥개같이 와글와글
설명을 붙이니,마른 뼈다귀에서 무슨 국물[汁]이 나겠는가?
조주가 비록 크게 가게를 펼쳤으나 겨우 평지에 펴놓고 따
지자는 것뿐이었기에 천동이 조주를 좀 거들어 주려는 뜻에서
“촌로[儂家]가 첫마디를 살피지 못했다고 탓하지 마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