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122

122


                고 신으로 하여금 구슬을 받들고 칙서를 뜰 아래 바치게 한 것
                은 큰 나라의 위엄을 장엄해서 공경을 닦기 위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 왕의 예절을 보건대 심히 거만하시니,구슬을 받
                으시고는 미인들에게 전해 보이심으로써 신을 희롱하셨고,성
                을 떼어줄 성의마저 없으시므로 신은 다시 구슬을 가졌습니다.
                만일 신을 다그치시려 한다면 신은 머리와 구슬은 모두 기둥에

                부딪쳐 부서뜨리겠습니다”하니,왕이 사과하고 또 도면으로
                성을 나누어 놓고 또 닷새 동안의 재계를 시작했다.
                  이때 상여는 종자(從者)로 하여금 옷자락 속에다 구슬을 숨
                겨 가지고 지름길로 빠져나가 조나라로 돌아가게 하였다고 하
                는데,조주가 먼저는 풀어 주고 나중엔 빼앗는 것이 마치 인상
                여의 수단과 같다는 것이다.
                  천동이 일찍이 다르게 송하되 “조주는 있다고도 말하고 없다
                고도 말하니/개의 불성에 대하여 천하 사람들의 해석이 분분

                하다/얼굴 붉은 것이 말씀 곧은 것만 같지 못하니/마음이 참
                되면 반드시 말이 거칠다/7백 갑자를 산 늙은 선백(禪伯)이/
                나귀 똥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는 대로 눈알과 바꾸도다”하였
                는데,이것은 조주의 마음이 참되고 말이 곧다는 뜻으로,“곧은
                낚시는 원래 죽으려는 고기[負命魚]만을 찾는다”는 것을 송한
                것이다.
                  주문왕(周文王)이 사냥을 나갔다가 강자아(姜子牙)를 반계(磻

                溪)의 골짜기에서 만났는데 그는 물에서 석 자[三尺]떨어진 허
                공에다 곧은 낚시를 드리우고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왕이 이
                상하게 여겨 묻되 “곧은 낚시로 어떻게 고기를 얻으리오?”하
                니,자아가 대답하되 “다만 죽으려는 고기만을 찾다가 나귀 똥
                으로 사람을 만나면 눈알과 바꿉니다”하였으니,이는 인상여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