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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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25
하고,혹은 ‘마치 수미산같이 8풍(風)에도 흔들리지 않고 천고
(千古)에 항상 우뚝하다’하고,혹은 ‘납자들을 가르치되 꿰뚫기
어려움이 마치 수미산 같다’하나니,이렇게 따져서는 운문의
뜻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다.만일 통 밑[桶底]이 빠지고 얽힌
실마리가 끊기면 비로소 모두가 그렇지 않은 줄 알게 될 것이
다”하였다.
듣지 못했는가?“3구(句)에서 1구(句)를 밝히고 1구에서 3구
를 밝혀서 3구와 1구가 서로 얽히지 않아야 분명한 향상로(向
上路)이다”하였고,불과(佛果)가 이르되 “운문의 대답은 사람
들의 식정(識情)을 속인 것이 많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식정으로 식정을 물리치는 것은 대수로운 수단이 못 되나니,
사람들을 위하되 가꾸어 길들이지 못한다.이 수미산은 하늘이
덮지 못하고 땅이 싣지 못하며,바람이 불어도 들어가지 않고,
물을 뿌려도 묻지 않는다.오직 금강으로 된 눈동자라야 한 번
흘깃 보아 꿰뚫어 버리면 문득 일곱 구멍,여덟 구멍을 볼 것
이며,마침내는 마치 먼지같이 부서지리라.그러한 뒤에야 도
리어 눈썹과 속눈썹 위에 외로운 듯 아득히 멀고,깎아지른 듯
우뚝우뚝 하리라”하노라.
백운 단(白雲端)선사가 송하되,“수미산이여,우주를 가로막
았으니/천 손을 가진 대비보살도 꿰뚫어보지는 못하리라/스
스로가 소를 거꾸로 탈 줄 아는 이가 아니면/일생 동안 남의
뒤나 따르기에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
노니,“얼굴을 우러러서는 홀로 눈썹을 날리고,고개를 돌리고
는 혼자서 손뼉을 친다”하노라.
기산 치(其山寘)화상이 송하되 “까닭 없이 사람을 투옥하려
죄명을 찾다가/당장에 가두어 버리고는 생사람을 잡으니/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