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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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전에 이르기를 “수미산은 물속에 들어간 것이 8만 유순이
                요,물밖에 나온 것도 8만 유순인데 사갈(娑竭:醎)바다가 아
                니면 능히 감싸지 못한다”하였으니,산이 이미 고금에 흔들림
                이 없었으매 구름 또한 들고남에 항상 한가롭다.동산(洞山)이
                이르되 “청산은 백운의 아비요,백운은 청산의 아들이니,백운
                은 종일토록 의지해 있으되 청산은 전혀 알지 못한다”하였다.

                  천동의 풍부한 재주로 ‘수미산이 바다같이 넓고 구름같이 한
                가하다’고 송했으니,그 절묘함이 극진하다 하리라.여기에 한
                생각이 일어나고 멸함인들 용납할 수 있으랴?그러기에 이르기
                를 “푸른 바다는 넓고 흰구름은 한가로우니,털끝 하나라도 그
                사이에다 붙이지 마라”하였다.이는 또 설두(雪竇)가 이르기를
                “눈에 모래알 하나라도 붙으면 동참(同參)할 수 없다”한 것과
                도 같으니,만일 소양의 법보시가 인색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이는 도리어 눈에 수미산이 붙은 것이다.이 수미산의 송은 섬

                돌이 맞듯 맷돌이 맞듯 혈맥이 이어져서 박자마다 바른 법령이
                니,망령되이 우겨 보거나 식정을 자라게 할 바가 아니다.
                  사실상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찌 허물이
                있는가 없는가를 묻겠는가?설사 항상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
                는다 하여도 점검해 보건대 무엇에 쓰리오?그러기에 이르기를
                “거짓 닭 우는 소리론 나를 속이지 못하리니,어물어물해서 관
                문을 지나게는 하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맹상군(孟嘗君)은 진(秦)에 들어가서 재상이 되었다.그러자
                사람들은 진왕에게 말하되 “맹상군은 약다.그리고 제(齊)의 척
                신[族臣]이었다.이제 진의 재상이 되었으나 반드시 제를 먼저
                하고 진을 뒤에 할 것이니 그렇게 되면 진은 위태로울 것이다”
                하니,진왕은 맹상군을 가두고 죽이려 하였다.맹상군은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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