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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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31


               법안이 대답하되 “모릅니다”하였다.
               -어째서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
               이에 지장이 말하되 “모르는 그것이 가장 친절(가까움)하니라”

            하매,
               -들렀던 김에 날강도질을 하는구나!
               법안이 활짝 크게 깨달았다.

               -헛되이 노자만 낭비했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양무위(楊無爲)가 부용 해(芙蓉楷)화상에게 묻되 “헤어진 지
                가 몇 해이던고?”하니,부용이 대답하되 “7년입니다”하였다.
                공이 다시 묻되 “도를 배우셨소?아니면 참선을 하셨소?”하니,
                부용이 대답하되 “그러한 풍각은 울리지 않았습니다”하였다.
                공이 다시 말하되 “그렇다면 공연히 산천을 돌아다닌 것이니,
                전혀 이익이 없겠군!”하니,부용이 대꾸하되 “헤어진 지가 오
                래지 않은지라 잘도 꿰뚫어보십니다”하니,공이 크게 웃었다.

                  남전(南泉)이 이르되 “도는 알고 모르는 데 속한 것이 아니
                니,안다면 허망한 느낌일 것이요,모른다면 무감각[無記]일 것
                이다”하였다.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모르는 그것이 가장 친절
                하다는 말에 법안이 깨달은 것만을 보고는 문득 한결같이 생각
                하기를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그대로가 옳다”고 여기
                나니,옛사람의 한 말씀은 하늘이 두루 덮듯,땅이 두루 받들

                듯 함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가장 친절하다는 도리를 알지 못하니,하택(荷澤)이 이
                르되 “안다는[知]한 글자가 뭇 묘함의 문호라”고 한 것은 또
                어찌하겠는가?그대들은 그저 옳다면 몽땅 옳다고 여기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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