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132

132


                옳다는 함정에도 빠져 있지 말아야 하고,그르다면 몽땅 그르
                다고 여기거니와 그르다는 함정에도 빠져 있지 말아야 한다.5
                위(五位)의 정(正)과 편(偏)을 겸하여 통했다면 어찌 말 구절[句]
                밑에 죽어 엎드려 있겠는가?
                  법안이 깨달은 그곳이란 벌레 먹은 나뭇잎이 우연히 글자를
                이룬 것과 같았을 뿐이니,백산 대은(柏山大隱)화상이 이르되

                “재앙으로 인하여 복을 이루는 묘는 지장이 사람을 제접하는
                수단에 있으니 요점[鉤]은 의심하지 않게 하는 데에 있었다.그
                러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던져진 낚시에 법안이 활짝 깨달았으
                나 원래가 그 경지에 있었다”하였다.
                  자주(磁州)노사가 이르되 “그대들이 오직 다닐 때나 앉았을
                때나 딴 생각이 일어나기 전에 용맹스럽게 화두를 들어 재빨리
                보아 버리면 이는 곧 보지 못하던 것을 보는 것이 되거니와,
                일단 한쪽으로 밀어 두고 그저 그렇게 공부를 지어 가면 쉰다

                해도 참선공부에 걸리지 않고 참구해 배운다 해도 쉼에 걸리지
                않으리라”하였다.
                  투자 청(投子靑)화상은 이르되 “마치 금룡(金龍)이 물을 잃으
                니,가루라[妙翅]가 황급히 채가듯,지장은 시절인연에서 털끝
                만치도 어김이 없다”하였는데,천동은 붓끝에 혀가 있어,다시
                늘어놓는구나!



               송고
               지금껏 흡족히 참구함이 옛 시절 같으나
               -내가 옛사람 같으나 옛사람은 아니다.

               실밥 같은 티마저 벗어나 모르기에[不知]이르렀다.
               -아직도 그런 것이 있는가.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