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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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하되 “모릅니다”하매,임제가 말하되 “대당국(大唐國)전체
                를 부숴도 진정 모르는 자를 구하기란 어렵구나!”하였다.임제
                는 항상 살인도(殺人刀)를 쓰고,또 활인검(活人劍)도 곁들였으
                나 지장의 “사람을 죽이려면 피를 보아야 되고 남을 도우려면
                끝까지 도와야 한다”는 자세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그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진실의 본체가 아

                득히 뛰어났으니 반드시 가느다란 실밥마저도 벗어나야만 비
                로소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위산(潙山)이 논을 일구는 운력[普請]을 붙였는데 앙산(仰山)
                이 묻되 “여기는 이렇게 낮고,저기는 저렇게 높습니다”하니,
                위산이 말하되 “물이 능히 모든 물건을 평평케 하니,물로써
                고르라”하였다.앙산이 이르되 “물에도 기준이 없으니,화상께
                서는 높은 곳은 높게 고르고 낮은 데는 낮게 고르소서”하니,
                위산이 옳게 여겼다.

                  조공(肇公)은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에서 이르되 “모든 법
                이 다르지 않다 하여 어찌 오리의 다리를 잇고 학의 다리를 자
                르고,산을 뭉개고 구덩이를 메운 뒤에야 차이가 없다고 하겠
                는가?”하였다.그러기에 이르기를 “짧건 길건 맡겨 두어 재단
                질을 말 것이고,높건 낮건 인연 따라 스스로 평평하게 하라”
                하였다.
                  장무진(張無盡)이 이르되 “만 가지 기준으로 공부를 쌓아 모

                든 일에 수순하게 되니,좋은 방편이 이루어졌다”하였으니,이
                렇게 해서 입에 맡기어 말하고 손에 맡기어 사용하고 다리에
                맡기어 걸으면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잎이 떨어지는 뜻을
                알리니,이렇게만 안다면 무슨 노새 걸음 같은 행각이 필요하
                랴?그러기에 현사(玄沙)가 영(嶺)을 나온 적이 없고,보수(保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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