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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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35


                는 강을 건넌 적이 없고 문을 나선 적이 없는데도 천하의 일을
                알았다.
                  각범(覺範)이 송하되 “하나의 얼굴이 접시 크기 같은데/눈․
                귀․코․혀가 그 안에 진을 쳤다/해골 속의 경지는 전혀 알지
                못하면서/그대 밖으로 다투어 반연[捏怪]하도록 허용하누나”
                하였다.

                  입이 코에게 묻기를 먹고 마시는 일도 내가 하고,말도 내가
                하는데 그대는 무슨 공이 있어 내 위에 있는가?하니,코가 응
                수하되 “5악(五嶽)가운데 중악(中嶽)이 존귀하기 때문이다”하
                였다.그러자 다시 눈에게 묻기를 “그대는 무슨 공이 있어서
                내 위에 있는가?”하니,눈이 대답하기를 “나는 일월(日月)과
                같아서 비추고 밝히는 공이 있다”하였다.또한 눈썹에게 묻되
                “무슨 공이 있어 내 위에 있는가?”하니,눈썹이 대답하기를
                “나는 공이 없는데도 위에 있는 것이 부끄럽다.만일 나를 아

                래에 있게 한다면 눈이 눈썹 위에 있을 터이니 그대 보라.어
                떤 몰골이 되겠는가?”하였다.
                  그러므로 보월(寶月)선사가 상당하여 이르되 “옛 어른이 이
                르기를 ‘눈으로는 보고 귀로는 듣는다’하거니와 일러 보라.눈
                썹은 무엇을 한다 하겠는가?”하고 양구했다가 이르되 “근심스
                러울 땐 함께 걱정하고 즐거울 때엔 함께 즐긴다.사람들은 모
                두가 작용 있는 작용은 알되 작용 없는 큰 작용은 알지 못하는

                구나.일러 보라.빈두로(賓頭盧)존자가 두 손으로 눈썹을 쥐어
                뽑은 뜻이 어디에 있을까?”하고,이어 눈썹을 뽑고는 이르되
                “고양이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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