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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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37


               운암이 비를 들어 세우면서 이르되 “이건 몇째 달이 되는가
            요?”하매,
               -수정궁(水晶宮)에서 나온 것이지.

               도오가 그만두었다.
               -모든 것이 말하지 않은 가운데 있다.
               현사(玄沙)가 이르되 “바로 그것이 둘째의 달이다”하였고

               -한 사람이 거짓을 전하매 천 사람이 진실이라 전한다.
               운문(雲門)이 이르되 “남종[奴]이 여종[婢]을 보면 정성스러워진
            다[殷勤]”하였다.

               -사귀[邪]를 따라서 키[簸箕]를 흔드는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도오가 운암을 꺾은 것은 마치 불과(佛果)가 불감(佛鑑)을 격
                려한 것과 같으니,이른바 몰라서 답답해하지 않으면 열어 주
                지 않고,말이 잘 안 나와서 답답해하지 않으면 틔워 주지 않
                는 것이다.
                  운암이 마당을 쓰는데 도오가 넌지시 점검하려 했으나 운암
                이 이르되 “부지런하지 않은 이가 있는 줄을 알아야 합니다”

                하였으니,현명한 여러분이여,밥 먹고 차 달이고,바느질하고
                마당 쓸 때에 그 부지런하지 않은 자를 알아내면 세상법과 불
                법을 한 덩어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동상(洞上)화상이 이르되 “겸해서 갈무리해 가노라면 12시
                가운데 자연히 허송세월을 하지 않을 것이다”하였는데,도오
                가 문득 낭패를 당하여 이르되 “그러면 두 번째의 달이 있는
                것이오”하니,설두(雪竇)가 다르게 이르되 “하마터면 두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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