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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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41


                를 설봉의 얼굴 앞에다 던지면서 무서워하는 시늉을 하였다.
                이 어찌 남종이 여종을 보고 고분고분해지는 꼴이 아니겠는가?
                  운암이 마당을 쓸다가 비를 들어올리고 이르되 “이것은 몇째
                의 달인가?”하여 모두를 속량(贖良)시켜 힘이 있는 자손이 되
                게 해주었는데 운문은 아직껏 울타리 밑의 하인 신세를 면치
                못했다.그러기에 천동이 그를 놓치지 않고 이르되 “상골산 바

                위 앞에서 뱀을 놀리던 솜씨여!어릴 때 하던 짓이 늙어서는
                쑥스럽다”하였다.
                  승묵(勝黙)화상이 이르되 “이 송은 사람의 단점을 캐내기도
                하고,사람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하였으니,이는 천동과 승묵
                이 운문에게 벌점을 내린 것이지만 만송은 오늘 그 판정을 뒤
                집노라.
                  보지 못했는가?천동이 ‘뱀을 놀리는 솜씨’라고 송한 뜻은
                운문의 완전한 근기[全機]와 큰 활용[大用]이 운암의 문중[雲

                中]에 못지 않다고 칭찬[褒獎]한 것이라 여기노라.어찌하여 그
                러한고?억누르고 부추김이 모두 나에게 있거니 죽이고 살림이
                다시 누구를 말미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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