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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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43


               암두가 이르되 “동산 노장이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구나!
               -도리어 서두르네.
               내가 그때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렸었더니라”하였다.

               -난들 왜 모르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덕산은 평상시에 바람을 몰고,비를 모는 솜씨를 가지고 있
                었다.어느 날,암두가 절을 하려고 자리를 펴는데 덕산이 주장
                자로 걷어서 섬돌 아래로 날려 버리니,암두가 섬돌 밑으로 내
                려가서 방석을 거두어 가지고 떠났다.
                  다음날,다시 덕산에게 올라가서 모시고 섰으니,덕산이 이
                르되 “어디에서 그런 헛짓을 배워 가지고 왔는가?”하니,암두

                가 대답하되 “저는 결코 스스로 속이지는 않습니다”하였다.
                덕산이 다시 이르되 “그대가 뒷날 내 머리 위에다 똥을 쌀 것
                이다.아비는 자식이 건재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더 의롭지 못
                했음[不殺身]을 한하나니,지견이 스승을 지나야 비로소 전해
                준 법을 감당할 수 있다”하였다.
                  이러한 질문을 제방에서는 문턱에 걸터서서 묻는 기연[跨門
                之機]이라 하거니와 반드시 애초부터 진짜로 문턱에 걸터앉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옛적에 어떤 외도가 손에 산 참새

                [活崔]한 마리를 숨겨 가지고 부처님께 와서 묻되 “손안의 참
                새가 죽겠습니까,살겠습니까?”하니,부처님께서 발을 문턱에
                걸치시고 되물으시되 “그대는 내가 들어가리라 여기는가,나가
                리라 여기는가?”하셨는데,여기에서 “범부인가,성인인가?”하
                고 물은 것은 실로 이런 이치를 품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보화(普化)가 성승(聖僧)을 가리키면서 임제(臨濟)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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