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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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사람은 기회에 임하거나 사물을 만나면 곧 공겁(空劫)이
전의 한 토막 큰 일[一叚大事]을 밝혔으니 법화경 에 이르시
되 “순일하여 잡됨이 없고,구족히 청백한 범행의 모습이라”
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되 “흰빛은 뭇 빛의 근본이요,일승은 모든
승(乘)의 근원이라”고 하면서도 흰빛 그 위에 다시 일이 있음은
말하지 않았다.그러므로 앙산이 눈사자를 가리키면서 대중에
게 보이되 “이 빛보다 지나는 것이 있겠는가?”한 것이다.
우선 흰빛은 뭇 빛의 근본인데 눈빛이 지극히 희니,어찌 이
빛보다 지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랴?하는 뜻이겠거니와,만송
은 이르노니 “이미 빛이라고 한다면 반드시 눈과 마주쳐야 한
다.이보다 지나는 빛은 오직 빛 없는 것으로서 눈과 상대하지
않아야 한다”하노라.그러므로 운문이 이르기를 “그때에 문득
밀어 쓰러뜨렸어야 했다”하였으니,만일 외곬으로 지극히 희
거나 흰빛이 없는 곳에서 알아내려고 한다면 도리어 빛 없는
경계에 떨어진다.그러기에 설두는 다시 한 가닥의 살길을 지
적해 내되 밀어 쓰러뜨린 자리에서 다시 붙들어 일으키려 하였
거니와 불안(佛眼)은 이르되 “만일 거기에서 붙들어 일으킨다
면 무슨 순서가 있겠는가?”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만
일 다른 종파라면 굳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동상의 종
풍에는 바야흐로 쓰러질 때에 문득 일어나고 바야흐로 일어날
때에 쓰러지는 시절이 있음을 안 뒤에야 일어남과 쓰러짐이 동
시가 될 것이요,일어나고 쓰러짐을 세우지 않게 된 뒤엔 다시
짚세기를 사 짊어지고 30년쯤 행각을 해야 한다”하노라.
듣지 못했는가?불각(佛覺)이 송하되 “한 빛뿐인 지날 것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