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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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67


                는 경지를 사람들께 보이니/백은(白銀)의 세계 속에서 기지개
                를 펴도다/초연히 밀어 쓰러뜨렸다가 다시 일으켰으나/그 어
                찌 봄바람에 햇빛 도타워지는 것만이야 하리오?”하였는데,만
                송은 이르노니 “해 돋은 뒤에 한바탕의 허무함[一場忄麽忄 羅 ]이로
                다”하노라.
                  어떤 무리의 학인들은 운문이 밀어 쓰러뜨리고 설두가 붙들

                어 일으킨 것을 보고는 문득 “기(機)와 봉(鋒)이 엇바뀌고 큰 작
                용이 방위가 없다는 생각을 짓고는 한 빛인 쪽을 보면 빛 있는
                쪽을 알 수 없다”고 함으로써 종지(宗旨)와 혈맥을 삼거니와 이
                미 불각(佛覺)의 분명한 증거가 있다.만일 믿어지지 않거든 다
                시 천동에게 물으라.



               송고
               하나는 쓰러뜨리고 하나는 일으키니 눈 덮인 뜰의 눈사자로다.
               -활구 같기도 하다.

               법을 범할까 삼가면서 어질기를 생각하고
               -법 아는 자가 있을까 두렵다.
               할 일에 용감하여 의리를 보인다.

               -길을 가다가 억울한 자를 만났다.
               맑은 빛이 눈에 비치니 집을 미혹한 듯하고
               -동서를 가리지 못한다.

               명백한 데로 몸을 돌렸으나 도리어 지위에 떨어진다.
               -다시 한 층의 다락에 오른다.
               납자의 가풍이여,끝내 의지할 곳 없으니
               -그런 대로 한평생 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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