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164

164


                하였다.이때 어떤 승이 나서자마자 선사께서 이르되 “함께 이
                야기를 할 수 없다”하였다.대저 강사(講肆)에서는 말로써 완
                벽[到底]하기를 귀히 여기고 선문(禪門)에서는 용(用)이 완벽함
                을 귀히 여기니,그러므로 둘레 안의 글자가 가장 까닭이 있다
                하였다.
                  현사가 대중에게 보이되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있는

                데 마하가섭에게 전하노라 한 것은 마치 달을 그린 것 같고,
                조계(曹溪)가 불자(拂子)를 세운 것은 마치 달을 가리키는 것
                같다”하였는데 계수나무 바퀴란 곧 달이다.

                   열반경(涅槃經)에 세존께서 월애광(月愛光)을 놓으시니,아
                사세왕(阿闍世王)의 뜨거운 번뇌가 서늘해졌다고 하였다.그러
                므로 이르되 “뉘 알았으랴?계수나무 바퀴에 깃든 천 년의 넋
                이 묘하게 환한 광명 되어 한 점의 가을이라”하였으니,가히
                큰 자루가 손에 있으면 맑은 바람 언제나 몸에 미치리란 격이

                다.
                  무소뿔 부채의 화두를 염하고 송한 것이 가장 많아서 분명
                하기를 바랐으나 염관을 만나 본 이는 일찍이 없었다.만송이
                만일 시자였다면 “나에게 무소뿔 부채를 건네 달라”는 말을 듣
                자마자,어찌 깃․창포․종이․대․비단․무소 등을 가리겠는
                가?닿는 대로 문득 한 자루 들어올렸으리라.무슨 까닭이겠는
                가?비록 천만 가지 기교를 부렸다 한들 마침내 두 가지 바람

                은 없기 때문이니라.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   168   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