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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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69
않다”했으니,그 까닭은 맑은 빛이 눈에 비치니 스스로가 자
기의 집을 미혹한 것 같고,밝고 흰 데로 몸을 돌렸으나 도리
어 지위에 떨어졌기 때문이다.다만 밀어 쓰러뜨릴 줄만 알고
붙들어 일으킬 줄 모른다면 무엇에 쓰겠는가?
진짜 납승[本色衲僧]은 구슬이 소반 위에 구르듯이,같이 죽
고 같이 살건만 생사에 있지 않고,피차가 없지만 방편으로 피
차를 세우나니,마지막의 두 구절은 때로는 태양문(太陽門)밑
이요,때로는 명월당(明月堂)앞이다.만고의 끝없는 허공이 하
루아침의 풍월(風月)거리요,아침 버섯[朝菌]이며 쓰르라미[蟪
蛄]로다.
일러 보라.지금은 어떤 시절인고?우선 고목(枯木)을 따르려
니 얼어서 여읜 모습 같고,장차 봄바람을 좇으려니 다시 쥐불
[燒瘢:초봄에 논두렁 태우기]을 겪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