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171
종용록 上 171
니,두 승이 함께 가서 발을 걷어올리매,법안이 이르되 “하나
는 얻고 하나는 잃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동선 제(東禪齊)가 이르되 “‘상좌(上座)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가?’하니,어떤 이는 이르기를 ‘그들이 속뜻을 밝히지 못해서
문득 가서 발을 걷어올렸다’하고,또 어떤 이는 이르기를 ‘가
리킴을 받고 간 쪽은 얻었고 가리키지 않았는데 간 쪽은 잃었
다’하는데 그렇게 이해해서야 되겠는가?옳지 못하다.이미 그
렇게 알기를 허용치 않았으니 다시 상좌들에게 묻거니와 어느
쪽이 얻었고,어느 쪽이 잃었는가?”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
니 “흙탕물 속에서 흙덩이를 씻는 격이다”하노라.
이런 화두는 법안뿐이 아니라 남전(南泉)도 어느 날 승에게
이르되 “밤사이에 바람이 심했었지……” 하니,승도 이르되
“밤사이에 바람이 심했습니다” 하였다.남전이 다시 이르되
“바람이 문 앞의 한 그루의 솔을 꺾었느니라”하니,승도 이르
되 “바람이 문 앞의 한 그루의 솔을 꺾었습니다”하였다.남전
이 다시 다른 승에게 이르되 “밤사이에 바람이 심했었지……”
하니,승이 이르되 “무슨 바람입니까?”하였다.남전이 이르되
“바람이 문 앞의 한 그루의 솔을 꺾었느니라”하니,승이 다시
묻되 “무슨 솔입니까?”하매,남전이 이르되 “하나는 얻고 하나
는 잃었다”하였다.
발을 가리키는 화두에는 사람을 위하는 계략이 뚜렷하게 있
건만 두 승이 발을 걷은 것은 자신들의 분수 위에 자연히 두
가닥의 길이 생긴 것이다.법안은 우선 한 개의 도장을 찍어
주어 다시는 변동이 없게 하였으니,법안의 분수에는 밝음과
어두움을 서로 섞어 죽이고 살리는 기개가 있었으니,큰 사람
의 경계는 보현만이 알 수 있다.제방에서 모두가 생각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