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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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73


               그 속에 얻음과 잃음이 반반이 되었도다.
               -밑의 기둥이 퉁그러졌다.
               쑥거울 뭉치는 바람 따라 허공에 맴돌고

               -업식(業識)이 망망해서 의거할 근본이 없다.
               나룻배는 흐름을 가로질러 언덕에 이른다.
               -물길 따라 돛을 다니 만나기 어려운 쾌적한 선편이라.

               그 안에 영리한 납승이 있다면
               -거리를 휩쓰는 취객에게야 누가 감히 승복하겠는가?
               청량(淸涼:法眼)의 수단을 눈여겨보라.

               -나의 여기에도 있겠지만 다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사람이 마지못해서 본분사(本分事)라 하였거니와 솔은 곧
                고 가시는 굽었으며,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다는 말은 본
                래  능엄경 에서 나온 것인데 천동이 인용[點化]하였다.학의
                다리는 길고 오리의 발은 짧다는 말은  장자(莊子) 에 이르되
                “길어도 남지 않고 짧아도 모자라지 않는다.그러므로 오리의
                다리가 아무리 짧아도 이으면 병이 되고 학의 다리가 아무리
                길어도 자르면 슬퍼한다”하였고,속담에는 이르되 “번민하지

                않으려면 본분(本分)에 의지하라”하였다.
                  평화도 어지러움도 모두 잊는다는 것이 어찌 복희씨,황제씨
                때의 사람뿐이겠는가?공자가 이르되 “서방에 큰 성인이 있으
                니,다스리지 않아도 어지럽지 않다”하였으니,다스려짐과 어
                지러움이 곧 얻음과 잃음인데 3조께서는 이르되 “얻음과 잃음,
                옳음과 그름을 일시에 놓아버리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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