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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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역(周易)  건괘(乾卦)에,“초구(初九)는 잠긴 용이니,작용
                이 없다”하였고,“구사(九四)는 혹 연못에서 뛴다”하였다.
                  진대기(秦臺記)에 이르기를 왕차중(王次仲)이 젊었을 때 창힐
                (蒼頡)의 고문(古文)을 변화시켜 예서(隸書)를 만들었는데 진시
                황(秦始皇)이 그를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왕이 노하여 함거
                (檻車)에다 가두어 가지고 서울로 데리고 오게 했는데 도중에

                서 새로 변하여 굴레를 벗고 서산(西山)으로 날아가서 깃[翮]
                두 개를 떨어뜨렸다 했으니,지금의 위천현(嬀川縣)의 대핵와
                (大翮碢)가 바로 그곳이다.
                  이 구절은 상고의 풍물들이 출과 처[出處],행과 장[行藏]이
                제각기 자기 분수에 자리하고 있어서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기
                전에도 약간의 경론과 공안이 있었으나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뒤로부터 문득 얻음과 잃음이 있게 되었음을 송한 것인데 어찌
                하여 발을 가리키기 이전에 알아내지 못하는고?

                  ‘바람 따라 허공에 맴돈다’는 구절과 ‘흐름을 가로질러 언덕
                에 이른다’는 구절은 두 승의 얻음과 잃음을 지적해 낸 것이니,
                천동에게 대단한 공부가 있더라도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았
                으리라.만일 활인검이 없다면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
                가?그러므로 또 이르되 “그 안에 영리한 납승이 있다면 청량
                의 수단을 눈여겨보라”하였다.
                  일러 보라.어떠한 법령에 근거하여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대들이 방망이를 맞은 뒤에 그대들에게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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