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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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 탐하기를 너무 빨리 했네.
돌이켜 생각건대 청백(淸白)을 가보처럼 전하던 나그네는
-이미 너무 많아졌다.
귀 씻은 개울물을 소에게도 안 먹였네.
-꼴찌가 너무 앞섰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3조께서 이르시되 “대도(大道)는 바탕이 너그러워서 쉬움도
어려움도 없건만 조그마한 소견으로 의심을 일으키면 서두르
면 서두를수록 더욱 더뎌진다”하셨다.
옛날에 두 승이 함께 길을 걸었는데 성정이 급한 자가 앞에
가면서 뒤에 오는 자에게 소리쳐 이르되 “세월이 급하니 빨리
달려오라”하니,뒤에 오던 승이 이르되 “대도는 넓고도 크거
늘 서둘러 무엇 하리오?”하였다.
만송이 일찍이 원통 선(圓通善)국사가 쓴 두 게송을 보니,이
르되 “세월이 급하니 빨리 달려오라 함이여,길을 가다가 우담
발화 피어난 것을 밟아 버릴 것이요/대도는 넓고도 크거니 서
둘러 무엇 하리오 함이여,밥통[肚皮]활짝 열어 몽땅 싸 버리
도다”고 되어 있었다.이 원통 선국사의 두 게송은 저 승이 그
렇게 물었는데 호국이 그렇게 대답한 것과 같아서 각각 한쪽
눈만을 갖추고 있거니와 천동의 게송에서 앞의 두 구는 마치
예리한 기상으로 영화를 탐내는 것 같고,나중의 두 구는 마치
일신이 물러서서 벼슬을 그만두는 것 같다.
후한(後漢)의 반초(班超)는 집안이 가난하여 항상 글씨 쓰는
품을 팔다가 어느 날 붓을 꺾으면서 이르되 “대장부가 마땅히
장건(張騫)이나 부개자(傅介子)를 본받아,이역(異域)에서 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