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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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속에서 흙덩이를 씻는구나!
이때 노파(盧陂)장로가 나서서 묻되 “저에게 무쇠소의 바탕이
있습니다.바라건대 화상께서는 도장을 본뜨지 마소서”하니,
-완연히 물을 거슬리는 파도가 있구나!
풍혈이 이르되 “평소에 고래를 낚아서 바다를 맑히려 했는데
도리어 개구리가 갯벌을 저어 물을 흐리니 딱하구나!”하였다.
-영혼을 인도하는 깃발이요,공기를 담아 두는 주머니로다.
이에 노파가 우두커니 생각하고 있으니,
-이미 죽을 고비는 지났는데…….
풍혈이 할을 하면서 이르되 “장로여,어찌하여 입을 열지 못하
는가?”하였다.
-이미 벼랑에 선 몸을 다시 한 번 떠미는구나.
노파가 궁리 끝에 한마디하려는데
-그 숱한 세월은 어디로 갔는고?
풍혈이 불자로 한 번 때리면서 이르되 “오늘의 화두를 기억하
는가?말해 보라”하였다.
-사람을 도우려면 철저히 돕고,사람을 죽이려면 피를 보아야 한다.
노파가 입을 열려고 하니,
-태워도 묻어도 여전히 굴복치 않는구나!
풍혈이 또 한 번 불자로 때렸다.
-그래서 30대는 줄었지.
목주(牧主)가 이르되 “불법과 왕법(王法)이 일반이로구나”하니,
-관원 노릇하는 법을 모르면 옆 고을의 사례를 살펴본다던데…….
풍혈이 이르되 “무엇을 보았는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