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8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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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는 기개를 빼앗아 바른 영을 시행하는 법과 손님과 주인
이 엇바꿈하는 도리를 알지 못했던 탓이다.
목주는 오랫동안 풍혈에게 참문하였으므로 본 것[見處]이 없
지 않기에,이르기를 “불법과 왕법이 똑같소이다”하니,풍혈로
서는 안남(安南)은 평정시켰으나 다시 북방을 근심해야 되는
꼴이 되어서 문득 묻되 “무엇을 보았는가?”한 것이다.이쯤에
서 노파의 굴욕까지도 벗겨 주는 것이 좋았건만 겨우 이르되
“끊을 데서 끊지 않아 도리어 환란을 불렀다”하였다.다 털어
놔도 무방할 것을,풍혈은 속관(俗官)이기에 냉가슴을 앓으면서
문득 자리에서 내려왔으니,두 존숙이 하나는 용이요 하나는
뱀이어서 강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면서 임제의 종풍을 드
날렸음이 천동의 화답송에서 더욱 드러났다.
송고
무쇠소의 바탕이여,
-영각을 하던가?
도장이 머무르면 도장 자국이 뭉그러진다.
-갈구리는 비록 손에 들었지만
비로자나의 정수리로 치솟아서 다니다가
-장수가 되기에는 부족하고
돌아와서는 화불(化佛)의 혀끝에 앉았다.
-필부로서는 남음이 있다.
풍혈이 저울대를 잡았는데
-세정(世情)은 차고 더움을 살피는데
노파가 함정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