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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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93
나중에 붕구로(棚口路)라는 곳에서 차를 달여 오가는 사람들
께 대접하기 3년 만에 대수산에 개원하여 주석하였다.이때 어
떤 승이 와서 묻되 “겁화가 활활 탈 때에 대천세계가 함께 무
너진다는데 이것도 무너집니까?”라고 하였으니,이 말씀은 본
래 인왕호국경(仁王護國經) 에서 나온 말이다.
반족왕(班足王)이 “왕 천 명의 머리를 베어다가 무덤 사이에
서 삿된 제사를 지내면 마하가라대흑천(摩訶迦羅大黑天)의 신
통으로 국운이 번창한다”고 하는 라타(羅陀)라는 외도의 말을
믿게 되었다.이때 보명왕(普明王)이 붙들려 왔다가 하루의 여
가를 청해 7불의 법에 따라 백 명의 법사에게 공양을 올렸는데
그 중 첫째 법사가 보명왕에게 게송을 설해 주었으니,“겁화가
활활 탈 때에 대천세계까지도 무너진다……”하는 등 32구절
이었다.보명왕은 게송을 들은 뒤,죽음의 자리로 나아가면서
다시 다른 왕들에게 이 게송을 설해 주니,반족왕이 이상스럽
게 여겨 그 뜻을 묻게 되었고,그에게 다시 설명해 주니,반족
왕이 이 계를 듣자 마음이 열려 나라를 동생에게 맡기고 출가
하여 무생법인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교가의 말씀에 준하건대 삼천대천세계가 동일하게 이루어졌
다 무너졌다 한다고 하였다.한무제(漢武帝)때,곤명지(混明池)
를 파다가 재[灰]를 얻었다.동방삭(東方朔)에게 물었더니,대답
하되 “서역에서 도인이 오거든 물어보소서”하였다.후한(後漢)
의 명제(明帝)때에 이르러 마등(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왔기
에 물으니,“그것은 겁회(劫灰)올시다”하였다는 것이다.
운암(雲岩)이 어떤 강사에게 묻되 “화재(火災)가 일어날 때엔
세상이 허공으로 변하는데 그 많은 재는 어디에 모이는가?”하
니,대답하는 이가 드물었다. 마하지관(摩訶止觀) 에는 이르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