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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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195
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곧장 서주(舒州)로 가서 투자(投子)에
게 물었는데,투자가 이르되 “서천(西川)에 옛 부처님이 나타나
셨으니,그대는 빨리 돌아가 보라”하기에 이내 돌아왔으나 대
수가 이미 천화(遷化)했다는 사실을 송한 것이다.
당(唐)나라 때의 승 경준(景遵)이 이에 대해 송하되 “분명하
여 다른 법이 없거늘/오직 남쪽의 혜능만을 인가했다 하는가?/
남을 따라갔다는 한 구절에/천 산을 달리는 납승들이로다”하
였는데,설두는 연의 뜻을 살려서 마지막의 한 연을 송하였으
니 “싸늘한 귀뚜라미[蛩]는 섬돌 사이에서 울고/고요한 밤은
감실(龕室)앞의 등불에 예배한다/읊조리기를 마치니 창밖에
외로운 달이 돋았느냐?/서성이노라니,한(恨)을 이길 수 없도
다!”하였다.
천동의 송고(頌古)에는 수산주의 말에 다시 “무너지지 않나
니,대천세계와 같기 때문이라”한 것까지를 보태고 있다.어떤
책에는 이르되 “그가 대천세계와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하였
는데,이 말씀을 가장 자세히 살펴야 한다.같다고 해도 되고
같지 않다고 해도 되나니,잘못으로 잘못에 맞추는 격이라 옳
음도 옳지 않음도 없다.
수산주는 또 이르되 “무너진다 했어도 사람을 막아 주고 무
너지지 않는다 했어도 사람을 막아 준다”했는데,만송은 이르
노니 “대수가 ‘무너진다’했어도 몸 빠져나갈 곳이 있고,수산
주가 ‘무너지지 않는다’했어도 몸 빠져나갈 곳이 있다”하노
니,한결같이 무감각해서도 안 되고,한결같이 정식(情識)으로
알려고 해도 안 된다.
보지 못했는가?강서(江西)의 지철(志徹)선사가 육조에게 열
반경의 항상함과 무상함의 뜻을 물었는데 육조께서 이르시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