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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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은 숯과 같고 벽지불은 재와 같은데,보살은 적은 재 같
                고 부처는 겁화와 같아서 숯도 없고 재도 없다”하였는데,여
                기에서는 묻되 “이것은 무너지는가,무너지지 않는가?”하였다.
                  불과(佛果)가 이르되 “그 승은 원래 화두의 속뜻[落處]을 알
                지 못했다.일러 보라.‘이것이라’했으니,도대체 무엇을 이르
                는 것인가?”하였다.대수가 이르되 “무너진다”한 것은 상례를

                벗어났으되 도에 부합되는 말씀으로서 음미하기가 매우 어렵
                거늘,승이 다시 묻되 “그렇다면 남을 따라가 버리는 것입니
                까?”하였으니,그 승은 웃기는 사람이구나!말고삐는 잡았으나
                등자[鐙]떨어진 줄은 모른 지가 얼마이던고?대수가 이르되
                “남을 따라가 버린다”하였으니,만송은 이르노니 “승이 대수
                를 따라갔는가?대수가 승을 따라갔는가?”하노라.
                  설두(雪竇)는 수산주(脩山主:용제)와 같은 시대 사람이건만
                수산주가 대답한 뒷부분에서 “무너지지 않나니,대천세계와 같

                기 때문이다”한 것을 보기 전에 대수의 말씀만을 송하되 “겁
                화의 광명 속에서 질문을 던지니,납승은 도리어 두 겹의 관문
                에 막히도다”하였는데,사람들은 이 구절을 대부분 잘못 알고
                서 말하되 “대수가 이르기를 ‘무너진다’한 것이 한 겹의 관문
                이요,수산주가 이르기를 ‘무너지지 않는다’한 것이 또 한 겹
                의 관문이라”한다.그러나 그들은 앞의 이야기가 단순히 대수
                의 말씀만을 송한 것임을 살피지 못했으니,설두가 아직 수산

                주의 어록을 만나기 전에 단순히 물음에서 “이것은 무너지는
                가,무너지지 않는가?”한 것만으로써 이미 두 관문을 삼은 것
                이다.
                  다음 연(聯)에 “가엾다!남을 따랐다는 그 한 구절 때문에/
                구구 만 리를 홀로 방황했도다”하였는데,이는 그 승이 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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