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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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201


               정량(情量)에서 벗어난지라 마땅하되 마땅함이 없도다.
               -칼날 회오리 밖에서 고개를 돌리지 마라.
               벼랑의 꽃가루여,벌통에 꿀이 만들어지고

               -신통이 광대하고
               들풀의 자양분이여,사향 배꼽에 향기가 싹트도다.
               -변화가 무궁하도다.

               근기에 따라 석 자로도,열여섯 자로도 나투심이여,
               -뒷산은 높고 앞산은 낮으며,주장자는 길고 불자는 짧다.
               분명하여 어디서나 당당하게 드러난다.

               -얼굴을 문질러 깨뜨리니 어디에도 피할 곳이 없도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운문이 이르되 “사람마다 모두가 큰 광명을 가지고 있으나
                볼 때에는 보이지 않고 어두움만 자욱하다”하였고,또 이르되
                “허공으로도 다 싸지 못하고,땅으로도 다 싣지 못한다”하였
                다. 능엄경 에는 이르시되 “이 견(見)과 견연(見緣)이 원래가
                보리의 묘하고 맑고 밝은 본체이거늘 어찌 그 가운데 옳다 그
                르다 함이 있을 수 있으리오?”하였다.조공(肇公)의  반야무지
                론(般若無知論) 에 이르되 “대저 마땅함이 없으면 어떤 사물에

                도 마땅치 않음이 없을 것이요,옳음이 없으면 어떤 사물에도
                옳지 않음이 없으리니 사물에 옳지 않음이 없으므로 옳되 옳지
                못하고,사물에 마땅치 않음이 없으므로 마땅하되 마땅함이 없
                다”하였고,경에 이르시되 “모든 법을 끝까지 보았으되 본 바
                가 없다”하였다.이 송은 겉보기에는 한 경과한 논에 의하였
                음을 밝혔으나 속으로는 망정과 소견을 초월하여 사람과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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