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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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馬杓]을 들고 춤을 한바탕 추는데 왕이 문득 절을 했지만
무슨 감각[痛痒]이 있었으리오?만송은 이르노니 “국왕은 한
톨의 쌀을 탐내었고,존자는 만 년의 양식을 잃었다”하노라.
다만 무쇠로 된 척추로 하늘을 버틸 줄만 알았고 골통이 땅에
처박힌 줄은 몰랐으니 만일 그들을 붙들어 일으키려면 오직 천
동이라야 하리라.
송고
구름물소[雲犀]가 달구경을 하니 찬연히 광채를 머금었고
-가만히 실 한 올을 짰는데 문채는 이미 겉에 나타났네.
나무말[木馬]이 봄 구경을 하니 늠름해서 굴레를 씌울 수 없다.
-백화난만한 틈을 지나는데 한 잎사귀도 몸을 적시지 않는다.
눈썹 밑의 한 쌍의 눈이 싸늘하게 푸른데
-일찍이 뱀이나 하루살이 떼를 따른 적이 없었거니………….
경을 본들 어찌 쇠가죽을 꿰뚫으랴?
-꿰뚫었다.
명백한 마음은 여러 겁[曠劫]을 뛰어났건만
-위음왕불 이전의 한 대 화살이라.
영웅의 힘은 겹겹의 적진을 깨뜨리도다.
-한 번 쏘아 두 겹의 관문을 지나도다.
묘하고 원만한 고동[樞口]이여,신령스런 기계를 움직이나니
-언제 움직였나?
한산(寒山)이 오던 길을 잊어버리면
-잠시라도 머무르지 않으면 마치 죽은 사람 같거니………….
습득(拾得)이 마중 가서 손잡고 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