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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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37


                으므로 제장(諸將)들을 독려하여 나가 싸우게 하니 왕심과 왕
                읍이 크게 패했다는 고사에서 연유한다.
                  존자는 문과 무를 겸전하여 들면 재상이요,나면 장수이니
                음․계와 뭇 인연 등이 어찌 겹겹의 에워쌈이 아니겠는가?
                  “묘하고 원만한 고동이 신령스런 기계를 움직인다”한 것은

                 이아(爾雅)에 이르되 “추(樞)는 문 지도리[椳]라”하였고,곽
                박주(郭璞注)에 이르되 “사립문의 지도리니,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지도리 속에는 좀이 슬지 않는다”하였으니 매끄러움을
                말한 것이다.존자는 퉁기기 전에 먼저 떠나고 건드리기 전에
                스스로 구르는 예지로써 이쪽과 저쪽에 가(可)도 불가(不可)도
                없거늘 천동이 모래를 헤쳐 금을 고르는 솜씨와 푼[分]과 양
                (兩)을 나누는 재치로 가려내 마친[花判了]것이다.
                  마지막의 두 구는 다시 남는 재주가 있어 이르기를 “한산이
                오던 길을 잊어버리면,습득이 마중 가서 손잡고 데려온다”하

                였으니,이는 나라님의 독경 잔치에 바다같이 모인 대중이 문
                을 두드리고 창호지를 더듬는데 존자가 노파심으로 슬쩍 발을
                걷어올려 둥우리[乳燕]로 돌아가게 해주고,창호지에 구멍을 내
                어 어리석은 파리로 하여금 나가게 해준 것을 송한 것으로 한
                산의 시를 인용하니 대쪽 맞듯 하였다.
                  한산의 시에 이르기를 “몸 편히 쉴 곳을 찾는다면/한산이
                오래 보존할 만하다/건들바람이 그윽한 솔가지에 불 때/가까

                이서 들으면 소리가 더욱 좋다/그 밑에 늙수그레한 사람 있어
                서/중얼중얼[嘮嘮]황로(黃老)를 읽는구나/10년 동안을 돌아가
                지 않으니/올 때의 길을 잃어버렸다”하였다.
                  여구윤(閭丘胤)이 나중에 찾아왔다가 습득을 이끌고는 솔문
                [松門]을 나간 뒤 다시는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였고,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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