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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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43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길주(吉州)의 청원 행사(淸源行思)선사가 처음으로 6조에게
참문(參問)하여 문득 묻되 “무엇에 힘써야 계급(堦級)에 떨어지
지 않겠습니까?”하니,6조가 도리어 묻되 “너는 일찍이 무엇
을 했었느냐?”하였다.청원이 대답하되 “성스러운 말씀[聖諦]
도 하지 않았습니다”하니,6조가 다시 묻되 “어떤 계급에 떨
어졌었느냐?”하였다.이에 청원이 대답하되 “성스러운 말씀도
하지 않았거늘 무슨 계급이 있겠습니까?”하니,6조가 매우 갸
륵히 여겨 회중에 아무리 대중이 많아도 선사를 항상 우두머리
에 있게 하였다.이는 마치 2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소
림(少林)은 그에게 골수를 얻었다[得髓]고 한 것과 같다 하리로
다.
그 승이 불법의 대의를 물은 것을 보건대 진짜 처음으로 총
림에 들어온 납자답게 문수를 따라서 철위산(鐵圍山)을 구경하
려 했지만 청원은 과연 성스러운 진리도 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도리어 예사로이 접견하는 태도로 돌아보면서 이르되 “여릉의
쌀값이 얼마나 되는고?”하였다.어떤 이는 이르되 “여릉의 쌀
값은 따질 바가 아니다”하거니와,이는 이미 곡[斛]과 말[斗]
에 들어가서 팔러 다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이런
떼거리에 들지 않기를 바라거든 천동에게 물으라.
송고
태평세계의 치적(治績)은 형상이 없으니
-깃발 끝에 별이 나타났는가 보라.
촌로[野老]의 가풍은 지극히 순박하다.
-어찌 내가 여기에서 밭을 갈고 주먹밥을 먹는 멋에야 비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