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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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사면 어디로도 들어갈 수 있다”하였다.
                  그 승이 말하기를 “네 구절을 여의고 백 허물을 떠나서 조사
                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곧장 말해 주시오”하였는데,제방에
                서는 “입을 틀어막는 질문이라”하거니와,마조는 서두르지 않
                고 이르되 “내가 오늘 피로해서 그대에게 말해 줄 수 없으니
                지장에게 가서 물어보라”했으니 자기의 수고는 덜면서 그 승

                의 코끝을 꿰었다.그 승이 남의 춤에 놀아나서 진짜로 물었으
                나 지장 또한 모의하지 않았으되 부합하는지라 “어찌하여 큰스
                님께 묻지 않았느냐?”고 했다.그 승이 눈이 트이지 않은 터라
                “큰스님께서 이리 와서 물으라 하시었소”하자,지장이 “내 오
                늘 머리가 아파서 그대에게 말해 줄 수 없으니 해형에게 가서
                물으라”하였으니,과연 “그 아비가 아니면 그 자식이 생길 수
                없다”는 격이로다.승이 회해에게 묻자 회해가 이르되 “내가
                그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하였으니,속담에 후백(侯

                白)뿐인 줄 알았는데 다시 후흑(侯黑)이 있구나라고 한 격이로
                다.그 승이 비록 혈기는 없으나 예절은 있었던가?마조께로
                돌아와서 이 사실을 사뢰니,마조가 이르되 “지장의 머리는 희
                고 회해의 머리는 검구나!”하였으니 이 한마디가 천하 사람을
                의문의 구덩이로 몰아넣어 버렸다.
                  동림 조각(東林照覺)이 송하되 “백 허물 네 구절이 끊겨 말
                이 없으니/검고 흼이 분명하여/사와 정이 나뉘었도다”하였거

                니와,만송은 이르노니 “조삼모사(朝三暮四)로 공연히 희로(喜
                怒)를 일삼는구나”하노라.
                  어느 날 이 세 사람이 남전(南泉)과 더불어 달구경을 하였는
                데 마조가 이르되 “이럴 땐 어쩌면 좋을까?”하니,백장은 “수
                행을 하면 썩 좋겠다”하였고,지장은 이르되 “공양을 하면 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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