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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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혀끝을 눌러앉히니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비야리성의 늙은 선생[老古錐]을 비웃음 직하여라.
-다만 한 개의 말뚝만을 얻었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네 구절[四句]이란 네 가지 비방이니 마치 큰 불더미 같아서
사방 어디로도 들어갈 수 없고,네 구절이란 네 개의 문이니
마치 서늘한 못과 같아서 사방의 어디로도 들어갈 수 있다.
만송이 지난날 대명사(大明寺)에서 서기(書記)소임을 할 적
에 담자 형(潭柘亨)화상이 대명사를 지나셨다.저녁에 문을 두
드리고 시자에게 고하되 “향을 사러 인연을 맺고자 한다”하였
더니 담자께서 쾌히 만나 주셨다.그때 만송이 묻되 “어떤 것
이 산 구절[活句]이며 어떤 것이 죽은 구절[死句]입니까?”하니,
화상이 대답하되 “서기야,만일 깨달으면 죽은 구절도 산 구절
이요 만일 깨닫지 못했다면 산 구절도 죽은 구절이다”하였다.
그때 속으로 생각하되 “노련한 작가(作家)의 수단은 끝내 다르
구나!”했었다.
오늘 그 승의 질문을 보건대 또렷또렷하게 네 구절을 여의
고,백 허물을 떠난 밖에서 따로 조사의 뜻을 지적해 내라 했
는데 세 노장의 두뇌가 비슷했다.만일 그들이 선뜻 네 구절을
떠나고 백 허물을 여읜다는 생각을 했었다면 그 승과 함께 한
구덩이에 쓸어 묻혀 버려짐이 좋았을 것이다.
나중에 천동이 앙산(仰山)의 꿈속에서 백추(白槌)한 일*을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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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되 “네 구절을 여의고 백 허물을 여읨이여,마사(馬師:馬祖)
*본서 제1칙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