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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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53
돌아갔다.
-한바탕의 이야깃거리가 되도다.
원주가 뒤를 따라가면서 묻되 “화상께서는 조금 전에 대중에게
설법을 해주시겠다 하셨는데 어찌하여 한 말씀도 하시지 않으십
니까?하니,
-바다가 만족할 줄 안다면 모든 강은 거꾸로 흘러야 할 것이다.
약산이 말하되 “경에는 경사(經師)가 있고 논에는 논사(論師)가
있거니 어찌 노승을 괴이히 여기느냐?”하였다.
-아뿔사,용두사미가 되었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주린 자가 먹기 쉽고 목마른 자가 마시기 쉽다.그러므로 세
분[三家:解脫月,大衆,如來]이 다섯 가지로 청하매 보살이 법
당에 올랐고,반 게송에 온몸을 바치니 야차(夜叉)가 법좌에 오
르는 등의 일이 그 어찌 법을 아껴서이겠는가?
황룡 남(黃龍南)선사가 이르되 “대체로 요즘 사람들은 법을
가벼이 여기는 자가 많다.마치 농부가 가끔가끔 논바닥을 말
려서 곡식들이 시들게 한 뒤에 물을 대 주어야 바야흐로 좋은
열매를 맺듯 해야 한다”하였으니,약산이 오랫동안 법좌에 오
르지 않았다는 말은 옳지 못하다.각범(覺範)이 이르되 “한 암
자[菴]에서 벼락같은 혀를 깊이 갈무리하노니 삼라만상이여,제
멋대로 제몫을 지껄이라”하였고,영가(永嘉)는 이르되 “잠잠함
이 말함이며,말함이 잠잠함이라,크게 베푸는 문이 활짝 열려
옹색함이 없도다”하였다.
그렇거늘 원주는 매사에 어긋져서 사뢰되 “대중들이 오랫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