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51

종용록 上 51


                부자(父子)의 병도 고치지 못했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이 무슨 심사[心行]인고?”하노라.
                  “흰머리,검은머리여,가문을 이을 아들들이라”하니  주역

                (周易)  몽괘(夢卦)에 “92효에 아들이 가업을 이을 것[克家]이
                다”하였으니 능히 가업을 떠메고 간다[荷]는 뜻이다.
                  “있음의 구절과 없음의 구절이여,무리들을 무색케 하는 기

                지로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겨우 맑은 물의 잔물결이
                있을 뿐 하늘에 솟구치는 파도는 아니라”하노라.
                  “당당히 혀끝을 눌러앉히니,비야리성의 늙은 선생을 비웃어
                줌직도 하다”하니 비야리는 범어인데 번역하면 광엄(廣嚴)으
                로서 유마거사가 살던 성이다.
                  문수가 불이법문(不二法門)을 물었는데 유마가 잠자코 있었
                고,그 승이 마사 부자에게 물었는데 갈등(葛藤:잔소리)이 온
                천지를 뒤덮었다.일러 보라.어디가 웃어 주어야 할 곳인가?

                다만 금상(今上)의 휘자(諱字)를 범하지만 않아도 전조(前朝)의
                단설재(斷舌才)*보다 나을 수 있으리라.
                              9)

















            *수대(隋代)하약필(賀若弼)의 부친 하숙(賀孰)이라는 사람이 우문호(宇文護)에게
              미움을 사서 죽게 되었는데 처형장에 당도하여 그의 아들에게 “나는 혀 때문에
              죽는다”훈계하고 혀를 끊어 입조심을 시켰다.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