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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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55


                  무여(無餘)가 송하되 “장실(丈室)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한
                판 졌는데/초연히 장실로 돌아갈 때는 도리어 당당해졌도다/
                경사와 논사에게 번갈아 고했으나/한 건의 죄목이기에 분명
                스스로 진술하도다” 하였거니와,만송은 이르노니 “조사(曹
                司:명부관원)는 감정(勘定)에 능숙하나 공안(公案:사건 법안)
                의 해석이 원만치 못하다”하노니,그 해석을 천동에게 맡기자!

                그는 어떻게 판단하였을꼬?


               송고
               어리석은 아가는 지제천(止啼錢)*을 마음에 새기고
                                             10
                                             )
               -무엇에 쓰려노…….
               좋은 준마[良駟]는 채찍 그림자에 바람을 쫓는다.
               -차고 일어서자마자 달린다.

               구름 걷힌 넓은 하늘 달빛에 둥지 튼 학이여!
               -나무 밑에서 보면 허탕들인 것을.
               싸늘한 공기가 뼈에 스며 잠을 이루지 못하네.

               -눈뜨고 잠꼬대를 하는구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열반경(涅槃經)에 말씀하시되 “어린 아기가 울 때엔 어머

                니가 단풍잎을 들고 이르기를 ‘네게 이 황금을 주노라’하면
                아기는 즉시 울음을 그친다”하였는데,이는 ‘오랫동안 가르침
                을 기다렸다’는 것과 ‘어찌하여 한 말씀도 내리시지 않으십니
                까?’한 원주의 말을 송한 것이다.


            *울음을 달래기 위한 가짜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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