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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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하니,건봉이 대답하되 “그렇게만 하면 비로소 평온한
경지를 얻을 것이니라”하매,운문이 “예”하고 긍정하였다.
건봉은 이르기를 “법신에 세 가지 병이 있다”하였고,운문
은 “법신에 두 가지 병이 있다”하였는데 만송이 행각할 때에
보니,제방에서 따지기를 “아직 이르지 못한 자는 달리고 이미
이른 자는 머물러 집착하고,모두를 뛰어넘은 자는 의지할 곳
이 없으니,이것이 세 가지 병이라”하더라.
이제 여기에서 두 가지 병이라 한 것엔 아직 이르지 못한 자
는 달린다는 것 하나가 빠지고,나중의 두 가지 병은 분명히
크게 같다.
불안(佛眼)화상은 이르되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 것이 그
하나요,나귀를 다 타고서도 내리려 들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병이다”하였으니,이는 앞의 두 가지 병이 있고 나중의 한 가
지 병이 없는 것이다.종사(宗師:師家)들이 특별한 계기에 병
에 맞추어 처방을 베푼 것이어서 제각기 방편을 드리웠으니 그
두 가지 광명이란 것과 광명을 벗어나지 못함에 두 가지 병이
있다고 한 것과는 별다른 차별이 없다.
그리고 “모든 곳에 분명치 않으나 눈앞에 어떤 물건이 있다
고 여기는 것이 그 하나라”한 것은 동산(洞山)이 이르되 “분명
하게 얼굴을 마주 보면 따로 진짜 제 모습이랄 게 없거늘 머리
를 잃은 자가 그림자만을 헛보니 어쩌랴/만일에 천지를 판가
름하는 눈을 갖추어서/면면히 털끝만치의 소루함도 없을 수
있다면/바야흐로 조그만치 상응한다 하리라”한 것과 같다.
또 이르기를 “모든 법이 공한 경지까지 꿰뚫어 이르렀어도
은은히 어떤 물건이 있는 듯이 여기는 것은 또 하나의 광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다”한 것은 위산(潙山)이 이르되 “한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