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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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사는 이의 가슴에 저절로 정감이 생기도다.
-마음에 의혹을 일으키면 어둠의 귀신이 생긴다.
거룻배가 시골 나루터에 누워 가을 푸름에 잠겼는데
-죽은 물에 잠겼군!
노를 저어 갈꽃으로 들어가니 눈밭[雪]의 광명이 비추도다.
-언덕에 머물러도 미혹한 사람이지!
금빛 잉어를 낚은 늙은 어부는 저자로 갈 것을 생각했는가?
-본래 이익을 도모했었지.
표표히 일엽편주로 파도 위를 미끄러져 간다.
-흐름을 따라 묘함을 얻었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스승께서 법구경(法句經)의 “삼라와 만상이 한 법에 의해
찍어내진 바이다”한 것을 들고 이르셨다.
한 법이 만상이고 만상이 한 법이어서 이 물건 그대로이지
딴 물건이 아니다.울퉁불퉁하든 깔끔하든 그대로 두라.묵밭
에서는 잡초를 뽑지 않는 법이니 깨끗한 곳이 도리어 사람을
미혹케 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벗어남에는 방위가 없더라도
그것이 바로 눈동자를 가리는 곳이 된다”한 것이다.
원각경(圓覺經)에 이르시되 “모든 허망한 마음도 쉬어 멸
하지 않는다”하였고,동산(洞山)이 이르되 “신령한 싹과 상서
로운 풀을 농부는 근심스러이 김을 맨다”하였거니,어찌 구태
여 문정을 쓸어 모든 법을 비우려 하겠는가?
운문이 이르기를 “모든 곳에 분명치 않으나 눈앞에 어떤 물
건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 그 하나다”하였으니,이는 그대들로